여름방학, 멈추지 말고 느리게 달리기

캐나다 교육자로서, 아이들을 위한 진정한 교육이

무엇인지 고민해보는 교육 에세이

여름방학은 학기가 끝나는 시기가 아니라, 새로운 배움이 시작되는 시 기이다. 교실을 떠난다고 해서 배움이 멈추는 것은 아니며, 오히려 다 양한 삶의 장면 속에서 더 깊은 학습이 일어날 수 있는 때이기도 하다. 이 시기를 어떻게 보내느냐에 따라 아이들의 정서, 창의력, 그리고 자 기주도성이 더욱 성장할 수 있다. 여름방학은 멈춤이 아니라 전환이며, 속도를 늦추는 것이지 방향을 잃는 것이 아니다.

첫째, 학습을 완전히 놓아버리는 것도, 억지로 끌고 가는 것도 바람직 하지 않다. 배움은 주입이 아니라 끌림에서 출발하는 것이며, 정답을 맞히는 것이 아니라 질문을 던지는 것에서 시작되는 것이다. 문제집을 통한 반복이 아니라,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배우는 것이 진정한 학습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아이가 수학 문제를 풀지 않아도 장을 보며 단가를 계산하는 경험을 통해 수학적 사고를 키울 수 있다. 박물관 이나 과학관, 도서관을 돌아보며 역사와 예술, 과학을 만나는 것도 책상 위 교과서보다 생생한 배움이 된다. 또, 요리나 정원 가꾸기 같은 활 동도 아이가 실생활과 연결된 방식으로 배울 수 있는 귀중한 기회이다. 학습은 억지로 시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찾아가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둘째, 방학 일정을 지나치게 촘촘하게 채우는 것은 오히려 아이의 창 의성을 억제하는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지루함은 시간 낭비가 아니라 상상의 시작이며, 계획 없는 시간은 무의미한 것이 아니라 가능성의 여백이다. 하루의 일정을 정해주는 것도 좋지만, 아이 스스로 “오늘은 무엇을 해볼까?”라고 고민하게 하는 것이 더욱 큰 성장을 이끌 수 있 다. 스스로 선택하고 결정하는 경험이 쌓일수록, 아이는 자율성과 책 임감을 갖게 된다. 예를 들어, 아무것도 계획되지 않은 오후에 아이가 창작 그림을 그리거나 블록을 조립하며 스토리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 자체로 훌륭한 창의 활동이다. 어른의 기준에서 ‘심심하다’고 여겨지는 시간이야말로 아이에게는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르는 가장 생산적 인 시간일 수 있다. 방학은 쉼의 시간인 동시에 생각의 시간이며, 내부 세계를 키워가는 소중한 여정이 되어야 한다.

셋째, 아이가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하되, 가족과의 연결도 잊지 않아야 한다. 혼자는 외로움이 아니라 독립의 시작이며, 함께는 간섭이 아니라 관계의 회복이다. 방학은 가족 구성원 간의 유대감을 다시 회복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기도 하다. 예를 들어, 함께 아침 식사를 준비하거나 저녁 산책을 하며 나누는 짧은 대화는 아이의 정서 적 안정과 자존감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또한 가족이 함께 보드 게임을 하거나 독서 시간을 갖는 것도 집 안에서 정서적 유대감을 높이는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특별한 활동이 아니더라도, 일상 속에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교감이 아이의 사회성과 감정 표현 능력을 기르는 데 기여할 수 있다. 가족과의 안정된 관계 속에서 아이는 더 용기 있게 세상과 연결될 수 있다. 가정은 교육의 첫 출발점이며, 방학은 그 관 계를 다시 단단히 다질 수 있는 기회이다.

넷째, 놀이는 시간 낭비가 아니라 성장의 장이며, 실수는 실패가 아니라 학습의 기회이다. 규칙은 지켜야 하지만 자유 또한 허용되어야 하며, 결과보다는 과정을 함께 즐기는 것이 중요하다. 놀이는 아이의 뇌를 자극하고 사회적 상호작용을 발전시키며, 다양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게 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친구와 놀이터에서 다툼을 경험한 후 스스로 해결하는 과정을 통해 타협, 공감, 소통 같은 중요한 삶의 기술 을 배우게 된다. 또한 자유 놀이 속에서 아이는 자신이 어떤 것에 흥미를 느끼고,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스스로 탐색하게 된다. 이는 장기적으로 아이의 진로와 정체성 형성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방학은 머무는 시간이 아니라 자라는 시간이다.

다섯째, 여름방학은 한글 학습을 보완할 수 있는 중요한 시기이다. 학기 중에는 시간이 부족하거나 영어 학습에 집중하다 보면 한글 사용이 줄어들 수 있다. 그러나 모국어는 단순한 언어의 도구를 넘어 정체성과 문화의 뿌리와 직결된다. 매일 10분이라도 가족이 함께 한글 동화책을 읽거나, 간단한 글쓰기 활동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지는 것은 큰 도움이 된다. 예를 들어, 아이가 일기장을 꾸미거나 한국어로 그림책을 만들어보는 활동은 언어 실력 향상뿐만 아니라 가족 간의 소통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부모가 직접 한국어로 질문을 던지고 아이가 대답해보도록 유도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이처럼 여름방학은 한글을 생활 속에서 자연스럽게 익히는 기회가 되어야 하며, 한국 문화와 연결되는 경험이 될 수 있다.

여섯째, 부모님들 또한 아이와 함께 쉬고, 함께 웃고, 함께 채워가는 시간을 가지는 것이 필요하다. 여름방학은 아이들만의 시간이 아니라 가족 전체가 다시금 서로를 돌아보고 연결되는 귀한 시간이다. 아이의 배움과 성장에는 부모의 여유와 지지가 가장 큰 자양분이 된다. 하루 10분의 대화, 함께 만든 한 끼 식사, 함께 걸은 한 시간의 산책이 아이의 기억 속에 오랫동안 따뜻하게 남을 수 있다. 여름방학은 빠르게 지나가야 할 시기가 아니라 천천히, 그러나 멈추지 않고 걸어가야 할 시간이다.

이 여름, 학부모님과 아이 모두가 무리하지 않되 멈추지 않는 배움과 성장을 경험하길 진심으로 바란다. 가정에서부터 시작되는 따뜻하고 깊이 있는 배움이 아이의 삶 전체에 긍정적인 울림이 되기를 응원한다.

곽재연

(현) 교육청 아트 컨설트

(현) 공립학교 초등교사

(현) NEKS 회장

(현) 캐나다 곽쌤 TV 유튜버

초등 부장교사 역임

캐나다 한국 학교 연합회 학술 대회 초청강사

OCAD University 산업 디자인 학부 졸업

OSIE 토론토 대학 교육학 졸업

UOIT 교육학 석사 졸업

https://www.youtube.com/@mskwaks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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